약 2년전 즈음에 지인의 소개로 한 중년신사분을 만나 뵌 적이 있었다.
간단한 식사 자리였고 부담 없이 인사를 나눈지라 식사 중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었다. 조그마한 출판업을 하고 계시는데 현상유지만 되어도 좋겠다고 하시며 대화의 말미에 이 분의 인생의 최대목표는 자선재단 같은 것을 설립하고 싶다고 하셨다. 옷차림은 깔끔하기는 하지만 오래된 것이었고 차도 90년대 중반에 출시가 된 오래된 차였다.
그냥 인생의 목표가 있으시니깐 근검 절약하는 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을 하고 넘겼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소위 말하는 지방 유지인데 부동산 자산만 최소 500억원대 이상의 자산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을 굴려서 부를 창출한다던가 절세방안 등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은 아니었고, 자선활동에 더 관심이 많은 분이셨다. 1년에 두세명 정도 소년소녀가장을 선정하여 대학교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며 단지 그것에서 끝나지 않고 주기적으로 만나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신단다. 벌써 10년 가까이 이렇게 지원을 하고 현재는 20명이 넘는다고 했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체의 수익금도 거의 학생들을 지원해주는데 지출이 된다고 하였다.
주변에 보이는 자산가들의 경우, 향후의 상속/증여를 미리 준비를 하고, 자산을 더 불리고 지키려 많은 노력을 하는 분이 많다. 그러나 오히려 이 분의 경우에는 부동산만 그대로 있을 뿐이지 사업체는 현상유지가 되지 않아 자산을 감소시키고 있었고, 세금을 대비한 준비도 전혀 할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또, 그분께는 30대 초반의 장남과 20대 후반의 딸이 둘 있었는데, 장남은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그 흔한 차도 없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차 한 대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 아들도 자기가 번 돈으로 사겠다고 하면서 거절했단다. 장녀는 결혼하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거기서 봉사활동단체에 가입해서 봉사활동하며 지내고 있고, 차녀는 지금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자녀에게 가장 큰 지원을 해 준 것이고 학비 외에는 다른 지원은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도 반은 학교에서 지원이 되는 교환장학생이었다.
이분은 후에 부동산 자산을 바탕으로 하여 나중에 자선단체를 만들고자 하였고 자식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원래 아버지의 재산이기에 본인들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나 마찬가지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분의 자녀들은 워낙 어릴 때 부터 부모님의 이러한 행동과 생활양식을 아는 바 근검절약을 당연시 받아 들이고 쓸데 없는 물욕도 없었던 것이다. 본인뿐 아니라 그 자녀들에게도 이러한 마인드가 전달이 되어 있다는 자체도 놀랐고 부러웠다.
‘그래도 먹고 살고 하고 여유가 있으니깐 그렇게 하지 않겠냐. 나라도 그 정도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자신 없다. 이 신사분은 자기가 희망하는 장학단체는 꼭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고 그 말이 허투루 들리지는 않았다.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은 이렇게 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날씨가 겨울이 다가오는 추워지는 이 시점, “사랑의 리퀘스트”에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따뜻한 마음 나눔의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